축산·수의공무원 헌사
축산·수의공무원 헌사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11.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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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지방공무원 중에서 가장 힘들고 고달픈 직종은 단연 축산·수의직이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돼지콜레라 때문이다. 전염성이 워낙 커 이들 셋 중 하나만 터져도 지역이 쑥대밭이 된다. 작금에 충북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AI 사태가 이를 입증하고 남음이 있다.

그동안 생떼 같은 오리 62만 마리가 살처분 되었으니 24시간 비상근무를 하는 축산ㆍ수의직 공무원들의 고충이 오죽하랴.

오리는 약과이다. 구제역이 터지면 살처분하다가 흥분한 소뿔에 찔리고 뒷발에 차여 부상은 다반사이고 심지어 죽기까지 한다. 고달픈 직종이 아닐 수 없다.

그들도 모두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에 입문했다. 대부분 대학에서 축산학을 전공한 이들이 공채에 합격해 축산직이 되고, 수의학을 전공하고 수의사자격을 취득한 이들이 공채에 합격해 수의직이 된다.

축산직은 주로 도, 시·군 축산과(축산팀)에서 축산정책·친환경축산업·축산물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수의직은 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 축산물위생검사·동물방역·가축개량 업무 등을 수행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발령받아 근무하는 국가직 축산·수의직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량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증가일로에 있는 한우·낙농, 양돈·양계·양봉업의 지원·육성업무도 감당하기에 벅찬데, 날벼락 같은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돼지콜레라 등이 발생하면 업무량이 폭주해 녹초가 되고 만다.

자칫하면 지역축산업이 초토화되기 때문에 온몸을 던져 이를 예방하고 방제한다. 급한 불 끄랴 기존업무 처리하랴 몇 날 며칠을 밤샘 근무하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감내하는 그들이다. 오히려 자신들의 정성이 부족해서 이런 변괴가 났다고 자책하며 고난의 짐을 묵묵히 진다.

공직생활 하는 동안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기에 그들의 노고와 헌신을 잘 안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종과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정신이 대단한 공무원들이다.

우리 식탁을 기름지게 해준 일등공신들이 바로 그들이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도, 소시민들이 일과 후 소주안주로 삼겹살을 즐길 수 있는 것도, 한 달에 한두 번쯤 맛있는 한우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도 다 그들 덕분이다.

물론 축산업을 하는 축산인 덕분에 생일이거나 차례·제사 때나 맛보던 귀한 육류를 사흘이 멀다 하고 섭취할 수 있게 되었지만, 축산인들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준 축산·수의직공무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FTA로 우리 축산업이 고사되고 말거라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고 한우를 국민이 사랑하는 고급육으로 자리매김시켰고, 양돈업과 양계업을 선진국형으로 끌어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덕분에 국민의 식탁이 풍성해졌다. 다이어트와 건강관리를 위해 육식을 자제할 정도로.

아무튼 소처럼 우직한 공무원들이 축산ㆍ수의직공무원들이다.

그들은 바빠도 바쁜 척하지 않고, 잘해도 잘한 척하지 않으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잔꾀를 부리지 않는 순박한 공무원들이다.

곽용화 전 충북도 축산과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축산과장으로는 드물게 단양부군수로 영전했고,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청주시·청원군 통합추진단장이 되어 통합청주시 개청에 일조하다 공직을 마감했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골수축산인이다.

지난 공직생활을 미소 지으며 반추할 수 있는 건 그런 그와 벗한 유쾌한 추억이 있어서이다.

각설하고 안전하고 맛있는 고품질 축산물을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담보하는 것이 축산·수의직공무원들의 소명이다.

충북에 번진 AI가 조속히 종식되기를 기원하며, 격무와 위험에 시달리는 축산ㆍ수의직공무원들의 노고에 따뜻한 위로와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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