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들에게 드리는 고언
판·검사들에게 드리는 고언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9.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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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당신들은 이 땅에 지체 높은 법관들입니다. 또한 시대의 양심이며,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그러기에 민초들은 당신들이 아무리 새파란 나이라 할지라도 영감님·나리님이라 부르며, 말끝마다 존경하는 판사님·검사님 하며 공경합니다.

그 어려운 사법고시 합격은 물론 사법연수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해 판·검사가 되었고, 그만큼 하는 일도 중하고 기대 또한 크니 당연지사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닙니다.

환자로 인해 빛이 나는 의사처럼 범법과 다툼이 있어 빛나는 존재입니다. 당연히 법과 양심에 의거 온당한 수사와 판결을 했을 때 빛이 나는 반사체인 거죠.

보다 냉철하게 말하면 국가가 국민을 위해 고용한 공무원 중 하나이며, 국민을 하늘처럼 모셔야 하는 공복들입니다.

직위와 권한을 이용해 갑질하라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라고 법복을 입힌 게 결코 아닙니다.

사법정의를 세우라고, 힘없는 자를 보호하라고, 남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하는 살인·강절도·사기·폭력·마약 등의 범죄를 예방하고 직무유기와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발본색원해 엄벌에 처하라고 검사직을 맡겼으며, 모든 송사를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되 억울한 사람과 약자를 보호하라고 판사직을 부여했습니다.

그런 신성한 직무를 수행하는 당신들이 직무와 직위를 이용해 돈과 이권을 챙기고 당신들이 잡아들여야 할 범법자와 놀아나다니요.

도대체 왜들 이러시는지 입이 있다면, 아니 청산유수처럼 입으로 먹고사는 당신들이니 명쾌하게 답하시기 바랍니다.

얼마 전 김수천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라는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입니다.

진경준 검사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이 잇따라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작금의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이 말해주듯 검사들의 비리는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조직이든 미꾸라지는 있게 마련입니다.

일반조직에서는 이런 미꾸라지들을 자구노력으로 없애기도 하고, 수사를 의뢰해 척결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판·검사 조직입니다.

범법을 발본색원해야 할 조직이 그 모양이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자구노력도 그렇고 제 식구 감싸기도 여전하니 말입니다.

오죽하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치권이나 재야에서 야단법석을 떨겠습니까?

변해야 합니다. 변해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변해야 합니다. 그래야 판·검사 조직도 살고 대한민국도 삽니다.

물론 대다수 판·검사들은 청렴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고, 그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작금의 우리 사회가 참으로 혼란하고 암울합니다. 약육강식이 판을 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횡횡해 민초들의 삶이 말이 아닙니다.

당신들이 흔들리면 법의 잣대가 흔들리고 나라도 흔들립니다.

이제 양심 있는 판·검사들이 분연히 나서야 합니다. 고시를 준비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을 정화시켜야 합니다.

일반 공무원들은 단돈 100만 원 받아도 구속하고 엄벌하는 당신들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당신들 조직원들에게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혹여 판사와 검사의 봉급이 너무 작아 살기 어려워 그런다면 말 하십시오. 진정 그렇다면 당신들 봉급을 올려주라고 기꺼이 탄원도 하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부디 자존심을 지켜주십시오. 이 땅에 사법정의를 밝혀주십시오.

당신들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꼭 그리해주세요.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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