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 해법 유감
일본군위안부 해법 유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8.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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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1000억엔도 아니고 100억엔도 아닌 고작 10억엔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문제를 덮으려 하다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우리 돈으로 110억원 남짓한 10억엔은 일본정부로선 껌 값도 안 되는 매우 하찮은 돈이고, 우리니라 경제력으로 봐도 쌈짓돈에 불과한 돈이다.

웬만한 기업들이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게 눈 감추듯 조성하고, 부호들이 탈세했다면 몇 천억원은 보통이고, 유명기업이나 독지가들이 기부금으로 몇 백억원씩 내놓는 세상인데 그까짓 10억엔으로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것도 사탕발림하듯 생존자에게 1억원, 사망자에게 2000만원씩 지급해 없던 일로 하려 하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하면 피해자들이 고마워서 깨춤을 추고, 지켜보는 국민도 잘한다고 손뼉칠 줄 알았다면 이거야말로 코미디이고 지나가는 소 돼지도 웃을 일이다.

물론 일본정부가 자신들의 국가예산 일부를 출연하는 건 금액의 적고 많음을 떠나 진일보한 측면이 없진 않다. 일본정부가 위안부문제를 매춘이나 전쟁 중에 일어난 불가피한 일로 자기합리화하려던 태도에서 조금은 전향된 가해자입장을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정부가 나치의 유대인학살을 공식인정하고 진정어린 사죄를 한 것처럼, 일본정부도 일본정부와 일본군이 조직적으로 선량한 여성을 강제로 납치하고 징집해 전쟁노리개로 삼은 과거의 만행과 악행을 인정하고 진정어린 사죄를 하지 않고 어정쩡하게 위로금 형태로 덮으려 하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일본정부와 시민단체들이 과거의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엎드려 사죄를 빈다면 배상금의 과다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족하면 우리 정부와 국민이 얼마든지 보탤 수 있고, 일본 돈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여생을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각의가 지난 8월 24일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에 10억 엔을 출연하기로 결정했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재단에 출연금을 송금할 예정이라고 마치 불우이웃돕기성금을 내듯 해 공분을 일으켰다.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는 아베 총리가 편지형식으로 주한 일본대사관 측에서 전달할 계획이라니 그들의 오만과 몰염치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25일 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정부의 출연금 10억 엔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전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는 점이다. ‘개별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정부에 등록된 사망 피해자에게는 2000만원, 생존 피해자에게는 1억 원씩 그것도 여러 차례 나누어 지급하겠단다.

일본 내부의 법적 문제 등으로 인해 ‘배상금’또는 ‘보상금’의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일본 정부가 예산을 출연하는 것은 돈 문제만이 아니라 명예회복에 있어 정치적 결단이 포함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생색을 내기도 했다. 이에 김복동(90세)·길원옥(88) 피해 할머니는 26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지급하겠다는 돈은 배상금이나 보상금이 아닌 위로금인데 우리가 지금껏 위로금 받으려고 이랬는가?’라고 반문하며 울분을 터트렸다.

김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1000억 원을 준다고 해도 용서할 수 없다며 ‘우리의 원(願)은 일본 정부가 용서해주십시오 라고 공식사과하고 우리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두 할머니는 정부 대응방식도 강하게 비난했다. 현금 지급을 공식 발표하기 전에 정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듣지 못했고. 정대협 쉼터를 찾아온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이 마지막이었다며 이번 정부발표는 위안부 피해 할매들을 돈으로 팔아먹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그들을, 아니 국민 모두를 분노케 하는 것이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라면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의 이번 일본군위안부 해법은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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